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바다 위의 작은 여행

dbs 페리 아이콘

바다를 건너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처음 배에 올랐을 때, 나는 그저 한 번쯤 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DBS페리라니, 이름이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묘한 울림이 있었다. 공식 사이트를 열면 동해항, 블라디보스토크, 니가타… 이름만으로도 먼 향기가 났다.

하지만 막상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소리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의 말소리 대신 파도의 부서지는 소리, 엔진의 진동만 느껴졌다. 이곳은 도시가 아니다. 시간도, 인터넷도, 마음의 속도도 느려졌다.

선실 안의 풍경들

객실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배에 있었다. 어떤 이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이는 새로운 땅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 신호가 닿지 않는 공간에서 그냥 숨을 고르고 싶었다.

벽에 걸린 작은 지도 위의 점선을 따라가면, 완도에서 출발해 제주를 거쳐 동해로 이어지는 항로가 보인다. 그 선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걸려 있는지, 누구도 모를 것이다.

DBS Ferry, 단순한 교통이 아닌 ‘공간’

어떤 이들에게 DBS페리는 단지 이동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잠시 멈추는 장소였다. 육지에서는 늘 급했는데, 바다 위에서는 달리 갈 곳이 없으니까. 강제로 쉬게 되는 그 순간이, 오히려 숨통이 트였다.

인터넷에서 ‘DBS페리 후기’를 찾아보면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감정을 남겨두었다. “창밖의 파도소리에 잠이 안 온다.” “이렇게 멀리 왔는데, 이상하게 두렵지 않다.” 그 말들이 다 나 같았다.

떠남의 순간은, 늘 비슷하지만 다르다

배가 출항할 때, 바다로 떨어지는 햇살은 유난히 강렬했다. 누군가는 손을 흔들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어디론가 간다는 건, 어쩌면 ‘무언가를 남겨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갑판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머리카락이 엉망이 된다. 그래도 좋았다. 이건 ‘이동’이 아니라 ‘변화’였다. 바다 위의 그 시간 동안,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바다를 건너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바다는 무섭게도, 따뜻하게도 느껴진다. DBS페리의 항로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없이 길을 열어준다. 한국관광공사 기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은 도착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누군가는 이 배 위에서 다짐을 하고, 누군가는 그냥 아무 말 없이 파도를 본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설명되지 않는 경험’이니까.

바다는 결국, 우리를 닮아 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바람이 잦아들면 고요하지만, 곧 또 출렁인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그날 내가 느꼈던 불안과 안도, 기대와 외로움이 다 섞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DBS페리의 항해 일정표를 보면 단순하다. 출발, 도착, 재운항.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유 없는 이유’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도 그럴 것이다. 이유가 없어도, 그냥 떠나야 하는 날이 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다시 육지 위에 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은 여전히 파도 위에 있다. 그 흔들림이 싫지 않다. 언젠가 또 타게 될지도 모른다. 그땐 다른 사람으로서, 다른 마음으로서.

DBS Ferry는 단지 항로가 아니라, ‘기억의 선’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열어보며 나는 오늘도 잠시 그 바다를 떠올린다. 그건 그저 여행의 기억이 아니라, 내 안의 조용한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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